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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스파이더맨의 이상과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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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은
 언뜻 보기엔 황당무계한 공상영화 같지만 적어도 그 발상만큼은 현대 과학기술계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 흐름이란 바로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 즉 ’생체모방과학‘이다.생체모방과학은 인간을 제외한 여타 생물들의 특수 기능을 인간 생활에 응용하려는 분야로서, 가장 대표적인 예는 바로 새를 모방한 비행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행기는 단순히 날개가 달렸다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유선형의 몸체에 속이 텅 빈 구조라는 것까지 새를 닮았다. 새의 몸은 속이 빈 가느다란 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구조는 부피에 비해서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그만큼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가 적게 들기 마련이다. 



어쨌든 각국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 거미줄에 대한 연구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21세기 중에도 세상을 놀라게 할 많은 과학기술적 발명과 발견들이 잇따르겠지만, 어쩌면 그 중에는 공상이 아닌 과학으로서의 ‘스파이더맨’ 탄생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을까?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면서 자못 기대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스파이더맨>이 실제로 탄생하는 것은 가능할까? 사람이 거미처럼 날렵한 동작에다 중력을 우습게 여기는 듯 천장에 매달려 붙기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만능에 가까운 끈끈이 거미줄을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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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der-Man: Far From Home , 2019



거미줄이 대단히 튼튼한 물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강철보다 5배나 강도가 높을 정도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거미줄을 흔히 접해 본 사람이라면 별로 실감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끈적거리며 잘 달라붙기는 하지만,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거미줄은 대부분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아주 가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약 거미줄과 같은 굵기의 가느다란 강철 철사라면 그보다 훨씬 쉽게 끊어져 버린다. 



그밖에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강한 섬유라는 ‘케블라’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헬멧이나 방탄조끼 등의 재료로 쓰이며 무게는 유리섬유보다도 가볍고 강도는 강철의 5배나 되지만 이 역시 거미줄에는 미치지 못한다. 케블라의 탄성력, 즉 늘었다 줄었다 하는 복원력은 16%정도지만 거미줄은 무려 31%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우수한 재질을 지닌 거미줄이라면 당연히 스파이더맨이 영화에서처럼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녀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부분에서 제기된다. 실제 거미들도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에 매달려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는 하지만, 대부분 바람의 힘을 빌려 이동할 뿐이다.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전방의 목표물을 향해 강력하게 발사해서 미리 고정시킨 뒤, 그걸 붙잡고 날렵하게 줄타기를 하는 식의 ‘타잔 거미’는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스파이더맨이 거미줄 타잔이 될 수 있는 것은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기본적인 자연 법칙을 깡그리 무시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 마디로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몸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미줄보다 훨씬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다. 진짜 거미는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을 만큼만 거미줄을 내는 근검절약형인데 반해, 스파이더맨은 한번 움직였다 하면 거미줄을 마구 낭비한다. 거미줄의 구성 성분은 대부분 단백질이므로, 스파이더맨의 활약이 가능하려면 영화에 보이지 않는 동안에는 쉴 새 없이 먹어대야만 할 것이다. 또 움직이는 데에도 엄청난 기력을 소모하므로 순식간에 탈진하지 않으려면 더더욱 영양 보충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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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der-Man: Far From Home , 2019










거미처럼 천장에 달라붙는 것은 어떨까? 



아쉽지만 이 역시 사람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개미가 15층 아파트 꼭대기에서 떨어져도 멀쩡한 이유는 워낙 가벼워서 낙하시의 충격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천장에 매달린 거미도 몸무게가 매우 적기 때문에 발에 난 털과 천장면 사이의 마찰력(또는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미의 무수한 털과 천장면 사이에 ‘반데르발스 힘’이라는 아주 약한 인력이 작용한다고도 함)으로도 충분히 지탱이 된다. 요컨대 몸집이 아주 작으면 작용하는 힘도 작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거미가 아니라 사람의 경우는 몸의 부피가 그만큼 커지면 몸무게는 세제곱으로 늘어나는 반면(3차원 입체이므로), 천장면과의 접촉 면적은 제곱(2차원)으로만 늘어나기 때문에 그 무거운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생체모방과학에서 거미에 주목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이 거미줄의 탁월한 재질 때문이다. 만약 인공적으로 거미줄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면 무궁무진한 용도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거미줄의 원료는 천연 재료이기 때문에 케블라처럼 제조 과정에서 유해한 산업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으며, 또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도 아무런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생물분해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거미줄은 여러 합성섬유들과는 달리 만들 때부터 폐기될 때까지 일관되게 환경친화적인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친화성은 의료 분야에서도 희소식이 된다. 인공 힘줄이나 인대, 장기들의 재료로 쓸 수도 있고, 수술 뒤에 저절로 녹아버리는 봉합사를 만들 수도 있다. 거미줄은 기본적으로 천연유기물이기 때문에 생체에 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군사적으로는 가볍고 튼튼한 방탄복이나 낙하산을 만들기에도 그만이다.



그래서 거미줄을 인공적으로 생산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누에에게 거미줄의 생산 기관을 이식시켜 ‘바이오스틸(Biosteel), 즉 ‘생물강철’이라는 것을 만드는 시도도 있었고, 또 거미의 유전자를 암소의 세포에 주입하여 거미줄을 생산하는 실험도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결과에서 얻은 거미줄은 아직 자연적인 것보다는 재질이 뒤떨어졌으며, 또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방법들도 아니었다.



어쨌든 각국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 거미줄에 대한 연구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21세기 중에도 세상을 놀라게 할 많은 과학기술적 발명과 발견들이 잇따르겠지만, 어쩌면 그 중에는 공상이 아닌 과학으로서의 ‘스파이더맨’ 탄생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을까?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면서 자못 기대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글:박상준-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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